9. 섹시한 오염물질 「NO」

♣생각할 것들

 세계가 온통 비아그라(viagra)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인류 역사의 고금을 불구하고 한 목숨 다 할 때까지 그 싱싱한 청춘을 구가하고 싶은 욕망이야 누구에겐들 없으려마는 그저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였을 뿐 약물로 치료하려는 현대 의학적 치료 연구 노력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외과적 수술법이나 약물 주입법 등이 일부 사용되고 있는 모양이나 이번 화이자사가 개발한 복용약은 분명 히트 중의 히트이다. 그러나 효능이 50% 정도밖에 되지 않고 심심치 않게 부작용 보도도 있는 걸 보면 더 낳은 제2, 제3의 비아그라의 등장도 기대해 볼 만하다.
 
그런데 놀랄 일은 남성의 성적 발기는 NO로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어느 과학잡지가 재미있는 글귀를 보여준 적이 있다. : NO sex ; NO wonder ; NO way ; NO news is good news ; NO is the way our body says 'Yes'. 단지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NO가 영어의 Yes나 NO의 No가 아니고 일산화질소라는 화합물의 분자식이라는 점이다.

 
남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의 생각이 떠오르면 신경세포나 내피세포는 놀랍게도 일산화질소를 발생한다. 일산화질소는 우리가 잘 알 듯이 자동차 배기가스에 섞여 나오는 공기오염물질로 산성비를 만드는 독성기체이다. 그런데 독가스를 우리 몸이 만들어 내다니... 인체에서 생긴 NO는 트리인산구아노신(GTP)이라는 화합물로부터 고리형 모노인산구아노신(cGMP)을 만드는 효소를 활성화시킨다. cGMP양이 많아지면 근세포 속으로부터 칼슘이온이 빠져나오게 하든지 아니면 세포 속 어디엔가 갇혀있게 하여 근육을 이완시킨다. 남성 성기에 있는 스펀지 근육 세포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당연히 그 조직에 혈액이 쉽게 흘러 들어가 팽윤시킨다. 이와 같은 NO의 역할은 비교적 최근인 1991년에 밝혀졌으며 스웨덴 룬드대학 병원 연구팀 덕분이었다.

 혈관이 NO를 만든다는 발견은 10여년 전 영국 과학자들에게 의해 이루어졌으며 혈관에서 생긴 NO는 인접 근육 세포를 이완시켜 혈압을 낮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따라서 협심증 환자들이 먹는 아질산아밀과 니트로글리세린으로부터 NO가 생겨 혈관을 확장시켜 주기 때문에 이 화합물이 환자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설명이 된다.
 
우리 인체에서 NO를 만드는 화합물을 복용하며, 이들로부터 생긴 NO는 인체에서 수초밖에 머물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간은 인명을 구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이다. 정상인은 아르기닌이라는 아미노산으로부터 NO를 만든다. 물론 cGMP가 항시 우리 몸에 충만해 있다면 평상시 남성들이 지내기 매우 불편하겠으나 다행히 cGMP는 포스포디에스테라아제(PDE5)라는 효소에 의해 분해된다. 비아그라의 위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비아그라 화합물은 그 모양이 cGMP와 매우 유사해 PDE5가 그 차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얼토당토않게 비아그라 분자에 들러붙어 본연의 임무인 cGMP 분해 능력을 잃게 한다. 이렇게 되면 NO 덕분에 생긴 cGMP가 오래 머물게 되므로 장시간 남성 성기의 발기를 지속할 수 있게 한다. 비아그라의 경이로움은 완전히 우연한 발견의 덕이었다. 화이자사에서는 이 약을 협심증 치료제로 실험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환자들이 협심증 치료보다는 성생활 향상을 더 자랑하는 것이 아닌가... 심장근육에도 PDE5 효소가 별로 없다는 것을 진작 알았더라면 비아그라의 시판은 훨씬 빨랐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파리약 개발하겠다던 한 친구가 얼토당토않게 제초제를 개발했던 일이 생각난다.